[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111-김한석] "라임사태 8억 피해, 정치 논란에 이중고 "

[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111-김한석] "라임사태 8억 피해, 정치 논란에 이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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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석은 유쾌한 순발력과 함께 정직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교양 정보프로그램 MC의 영역을 착실히 꿰차고 있다. 방송인으로 그가 밝힌 좌우명은 '욕심 내지 않고 한발씩 걷는 성실함'이다. /이선화 기자

이휘재와 FD 출신 동기, 방송 선배들이 먼저 인정 '바른사나이'

[더팩트|강일홍 기자] 방송인 김한석(48)은 '바른 사나이'다. 그가 개그 예능보다는 교양 정보프로그램 MC로 착실히 자리매김한 데는 유쾌한 순발력과 함께 정직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한몫을 한다. 김한석은 MBC 아침교양 '기분 좋은 날'을 10년째 진행 중이다.

김한석의 방송 데뷔는 특별하다. 방송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친구를 만나러 간 게 인연이 됐다. 그 친구가 다름아닌 이휘재다. 그는 대학 서울예대 시절인 91년 이휘재와 MBC FD(방송 진행보조)로 일하다가 이듬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특채 개그맨으로 정식 데뷔했다.

"휘재가 먼저 FD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놀러가서 보니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매일 유명 연예인들을 만난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주급 12만 원을 준다고 해서 첨엔 많이 망설였어요. 그때까지 저는 옷가게 알바로 한달 80만원 넘게 받았거든요. 결국 돈보다 일에 대한 '흥미'를 선택한 거죠."

무엇보다 타고난 끼가 한몫 했지만 운도 따랐다. 그는 FD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방송에 등장한다. 당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코너였던 '몰래카메라'의 엑스트라로 직접 출연하면서다. 이후 그는 MBC '사랑의 스튜디오' 중간코너 '러브러브쉐이크' 진행을 맡으며 날개를 단다.

이후 꾸준하고 반듯한 방송인으로 30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가 최근 증권가를 뒤흔든 '라임 사태'의 금융피해자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라임 자산운용 펀드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면서다. 그를 만나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물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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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석은 "금전 피해도 크지만 엉뚱한 오해로 행여 본업인 방송활동에 지장이 생길까봐 그게 더 걱정"이라고 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선화 기자"

-최근 느닷없이 라임사태 금융 피해자로 언론에 오르면서 이슈의 중심에 서지 않았나. 피해자이면서도 투자자라는 이유 때문에 엉뚱한 악플에 시달린다고 들었다.

더이상 '라임사태'와 관련해서는 엮이고 싶지 않은데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 변질돼 가는 게 두려워요. 사실 오늘 인터뷰도 많이 망설였어요. 저는 금융사기 피해자일 뿐인데 마치 투자를 잘못해서 손해를 본 사람으로 몰고갑니다. 행여라도 본업인 방송활동에 지장이 생길까봐 그게 더 걱정이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것은 저한테 피해를 입힌 사건 관련 당사자가 자신의 잘못을 전면 부인하는 바람에 재판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증권가를 뒤흔든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고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한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10월엔 라임이 운용해온 펀드 주식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면서 펀드런 위기에 몰렸고 결국 환매중단을 선택했다. 사모 펀드는 환매를 중단하면 사실상 파산되는 효과를 내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투자자들한테 전가된다. 김한석을 포함해 수억대 이상 돈을 맡겼던 고객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다.

-장 전 센터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최초 공개한 당사자로 알려지지 않았나? 억울하다는 건 어떤 부분인가.

네티즌들은 정치권 사건을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저까지 성토를 하더라고요. 그걸 일부 언론이 그대로 받아 쓰고요.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1'도 모릅니다. 사건에 깊숙히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제가 직접 공개한 것도 아니고요. 너무 큰 피해를 봤기 때문에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했고, 전후 상황이나 증거 등을 제출했어요. 변호사가 녹취록 중 일부를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공개한 것인데, 제가 의도를 갖고 직접 공개한 것처럼 돼 버렸어요.

당시 녹음 내용에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현재 구속돼 재판 중인 김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등장한다. 김한석은 지난달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재혁 부장판사) 심리로 라임 자산운용 펀드 상품을 2000억 원어치 판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 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후 '단순 금융피해자'냐 '투자책임이냐' 등 그를 둘러싸고 네티즌들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한석은 금융거래를 하며 알게된 장 센터장의 권유로 3년 전부터 총 8억2500만 원을 맡겼다가 95% 이상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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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 쪽과 '1'도 관계가 없습니다." 최근 라임사태 금융 피해자로 언론에 오르면서 이슈의 중심에 선 그는 "그냥 속아서 당한 금융피해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선화

-8억 2500만원은 어떻게 투자하게 됐나. 방송인 이재용 등 유명인들도 포함돼 있는데 처음부터 투자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너무 많아요. 장 씨와는 오래 전 동네에서 우연히 예금을 하러갔다가 알게 됐어요. 연예인인 저를 알아보고 얘기를 걸어온 게 인연이 됐어요. 이후 금융거래를 하며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이번 경우는 '예금처럼 100% 안전하다'며 투자를 권하더라고요. 저는 강남에 있는 제 아파트를 전세 주고 다른 곳에 따로 살아요. 그 돈은 세입자가 원하면 언제든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 예금처럼 안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거든요. 장 씨가 '라임 펀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계속 권해 전문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김한석은 장 씨가 대신증권 센터장 이전부터 H금융 등 금융권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의 확신에 찬 권유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부동산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안전한 투자라고 수차례 강조해 설령 손실이 나도 원금은 보장될 것으로 믿었다. 실제로 피해자 중에는 김한석처럼 대부분 안전한 예금자산을 찾다가 권유를 받아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은 사례가 많다. 유명 방송인 중에서는 김한석 외에 이재용 전 MBC 아나운서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FD 출신인데 방송 예능에 뛰어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90년대 초는 시기적으로 쟁쟁한 공채 개그맨들이 예능계를 장악하던 무렵 아닌가?

가끔 잘나가는 여배우들 중에 친구 권유로 탤런트 선발대회 같은 델 따라갔다가 덜컥 합격했다는 분들이 있잖아요. 알고 보면 저도 비슷한 케이스예요. 서울예대 연극과 동기인 (이)휘재가 밥 사준다며 나오라고 해서 간 곳이 여의도 MBC였어요. 방송사는 처음 가보는 거라 호기심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만난 분이 당시 MBC 주철환 PD였어요. 마침 FD가 한명 더 필요하다며 휘재를 통해 제안을 했다고 들었고요. 방송 녹화 때마다 스튜디오에서 허드렛일을 도맡는 건데, 생소하긴 해도 재밌을 것 같았어요.

김한석은 방송사로 출근한 지 일주일 만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 막간 코너에 출연했다. 그는 "원래 FD는 엑스트라 섭외나 녹화 일정에 맞춰 기본 세트 외에 출연자의 소도구나 소품을 준비하는 일인데 아주 우연하게 딱 한 번 대타로 출연한 게 운명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김한석은 '몰래카메라'에 대타로 출연한 뒤 의외의 반응을 얻은 뒤 이후 FD로, 아이디어맨으로, 연기자로 1인3역을 해냈다. 끼를 인정한 방송사에서 먼저 특채개그맨 편입을 제안하면서 연기자로 전환되는 행운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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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석은 프로그램을 한번 맡으면 최소 5년 이상 장수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성실한 방송맨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지난해까지 6년간 진행을 맡은 TBS 교통방송 주말 라디오 '김한석의 라디오킹' 진행 당시. /TBS 제공

-당시 최고 인기 예능프로그램이었던 '일밤'의 '몰래카메라' 엑스트라로 출연한 건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어떤 비하인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승환 씨가 대학 축제에 초대가수로 섭외돼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어요. 엉뚱한 막춤을 춰 몰카 주인공을 당황하게 하는 '이상한 남자'가 역할이었어요. 사실은 엑스트라를 섭외해 맡기기로 돼 있었는데 경험이 많지 않은 제가 실수로 빠뜨린거죠. 현장에서 당장 난리가 났어요. 이경규 선배는 노발대발하고, 당일 속여야할 가수는 이미 무대에 올라갔으니 몇날 며칠간 어렵게 준비한 아이템이 물거품될 뻔한 상황이었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가 책임을 져야했어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무대로 올라가서 미친듯이 막춤을 춰댔죠.

방송이 나간 뒤 이 장면은 한 마디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빼놨다. 그런데 이경규나 이승환보다 '막춤 주인공'인 김한석이 더 화제였다. 김한석은 이를 계기로 자주 막간 코너에 등장하게 됐고, 서서히 존재감을 갖기 시작한다. 원조 '몰래카메라'는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서브 코너로 91년 3월부터 92년 11월까지 방영됐고, 후에 '돌아온 몰래카메라'로 리바이벌 방영되기도 했다. 인기 연예인을 대상으로 몰래 촬영하면서 돌발상황이나 당혹스러운 상황을 만들고 반응을 보는 참신한 컨셉트로 큰 인기를 얻었다.

-데뷔 동기인 이휘재가 '인생극장' 등으로 승승장구하게 되면서 그늘에 가려 마음고생을 했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인가?

휘재랑은 방송 스태프 중 최하위 계급인 FD로 활동하면서 유일하게 서로의 애환을 공유한 친구이자 동료였어요. 때로 과도한 일정 때문에 힘들고 괴로워도 위안이 됐고요. 그런데 휘재가 '일밤' 코너에 고정 멤버로 등장하면서 저울추가 달라졌죠. 사실은 '무용수'로 제가 먼저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정말 크더라고요. 단역으로만 전전하다 예능 교양프로그램 리포터로 뛰었는데 그때 현장을 쫓아다니며 고생한 여러 경험이 훗날 MC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데뷔 당시 김한석은 잘생긴 예능인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휘재와는 롱다리와 숏다리 캐릭터를 맡아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휘재가 '인생극장'(일밤) '큰집 사람들'(오늘은 좋은날)에서 승승장구한데 반해 김한석은 한동안 '오늘은 좋은날' 단역 신세를 져야했다. 군복무 후엔 차이가 더 벌어졌다. 한동안 교양프로그램 리포터로 만족해야했다. 그러던 중 MBC '사랑의 스튜디오'(러브러브 쉐이크) 코너 진행을 맡으면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처음엔 3분 짜리로 시작할만큼 미미했는데 나중엔 30짜리로 늘어난 인기 코너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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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석의 매력은 유쾌한 순발력과 함께 정직하고 깨끗한 이미지. 그는 꾸준하고 반듯한 방송인으로 30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KBS2 노래대결 프로그램 '노래가 좋아' 패널로 출연했을 당시 모습. /KBS2 '노래가 좋아'

-중학교 동창인 박선영 씨와 재회해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과거 승승장구하던 중 배우 이상아와 결혼과 이혼으로 힘든 시기를 겪지 않았나.

살아 보니 삶은 기복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잘 나간다 싶어도 언제든 불운은 따르잖아요. 지금 저는 가정적으로 평탄하고 행복해요. 어제가 없으면 오늘도 없겠지만 솔직히 지난 과거는 잊고 싶습니다. 만족스런 오늘이 퇴색될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이혼 때는 미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게 너무 심하니까 '나를 왜 그렇게 미워하느냐'고 항변할 수조차 없더라고요. 진행 중이던 여러 프로그램을 강제 하차하면서도 그냥 침묵을 지킨 건 '속사정을 공개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느니 혼자 견디고 말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어요. 마음고생은 심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도 그건 잘한 것 같아요.

김한석은 1997년 배우 이상아와 결혼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불과 1년 만에 각자의 길을 걸었다. 김한석은 "그냥 너무 힘들더라. 대한민국에서 날 안 받아주니까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혼 3년 뒤인 2000년 그는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요리연구가인 중학교 동창 박선영 씨와 재회했다. 이미 한 차례 겪은 충격과 아픔 때문에 박씨와 부부의 연을 맺기까지 많은 고심을 해야했다. 당시 심경에 대해서는 뒷날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소상히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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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아픔을 겪은 김한석은 지난 2000년 중학교 동창인 요리연구가 박선영 씨와 만나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아내 딸과 함께 다정한 모습. /휴메이저이엔티 제공

그는 재기를 위해 더 열심히 활동했다.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2 'MC대격돌 공포의 쿵쿵따', OBS '코미디多 웃자GO', TV조선 '닥터의 냉장고' 등의 진행을 맡았고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사은풍 실장 역으로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김한석은 성실 그 자체다. 쉴새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나보다 함께 호흡하는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착한 진행스타일은 어느 순간 오히려 그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 됐다. 그가 프로그램을 한번 맡으면 최소 5년 이상 장수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또 30년간 한결같이 초심을 잃지 않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선배들의 무한사랑을 받는다. "후배들 중에 유일하게 의형제처럼 지내는 동생"(이봉원), "심성이 착해서 선배들이 더 지켜주고 싶은 친구"(임하룡), "재능보다 겸손이 넘치는 후배"(이홍렬) 등의 평가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김한석은 평소 스스로에게 다독이는 다짐이 있다. "매사 욕심 내지 않고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자." 이 때문에 최근 불거진 '라임 사태' 속에 휘말린 엉뚱한 논란은 그가 마치 고수익을 욕심 낸 것처럼 비쳐 가장 억울한 부분이다. 그는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면서도 몸에 밴 겸손과 특유의 유쾌한 모습만은 잃지 않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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