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가짜사나이'②] 남자들의 야수성, 웹 예능의 가학성

[두 얼굴의 '가짜사나이'②] 남자들의 야수성, 웹 예능의 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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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대위는 "인성 문제 있어"라는 유행어와 함께 주요 예능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 유행어는 자신은 물론 '가짜사나이' 제작진과 다른 교관들에게로 향했다. /'가짜사나이' 캡처

스스로를 가짜라고 칭한 사나이들이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과시 중이다. 유튜브를 점령한 데 이어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각종 OTT 플랫폼을 섭렵한 후 스크린 진출도 앞뒀다. 뉴미디어 시대에 탄생한 킬러 콘텐츠는 이제 안팎으로 뜨겁다. 수많은 논란과 곱씹게 되는 질문들도 던져줬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높아진 위상 따라가지 못한 미흡한 대처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너 인성 문제 있어?" 참가자들에게 던진 유행어가 부메랑이 됐다.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는 최근 잇단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불씨를 지핀 것은 첫 시즌에서 교육대장으로 활약해 스타덤에 오른 이근 대위의 채무 논란이다. A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근에게 200만 원을 빌려줬으나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고 한동안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하지만 양측이 오해를 풀고 화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사건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유튜버 김용호 씨가 그의 또 다른 과거를 들춰내 다시 논란이 시작됐다. 이근 대위가 2017년 말 클럽에서 성추행을 저질러 벌금형을 확정받은 판결문을 공개하면서다. 이에 이 대위는 처벌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단 하나의 증거가 돼 판결이 이뤄졌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명에도 이근 대위의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했다. JTBC '장르만 코미디',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등 그를 섭외했던 제작진은 출연분을 폐기하기로 결정했고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도 '서바이블'의 이근이 등장하는 영상들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를 광고 모델로 세웠던 업체들 역시 하나둘씩 흔적을 지우고 있다. 여기에 2015년 폭행 전과도 드러났다. 이 대위는 일련의 논란에도 SNS에 일상을 올리며 여유로움을 자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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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사나이'에서 활약한 이근 대위와 정은주 로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성추행 퇴폐업소 출입 등 각종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유튜브 영상 캡처

이근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짜사나이'에서 활약한 교관 정은주 로건의 퇴폐업소 출입, '소라넷 초대남(만취해 정신을 잃은 여성을 두고 여러 남성이 성관계를 하는 행위)' 관련 폭로도 이어졌다. 결국 엉망진창 진흙탕 싸움이 됐다. 유튜버 정배우는 이 폭로 과정에서 로건의 '몸캠' 사진을 공개했고 2차 가해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로건은 "아내가 유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호소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정배우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정은주 역시 "음담패설은 인정한다.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초대남 관련 의혹은 부인했다. 스타덤에 오른 비연예인이 과거 논란에 휘말리는 기존 웹 콘텐츠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리얼함'를 내세운 콘텐츠 자체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지나친 가학성 논란이다. 시즌2에서 교관들은 물건을 집어 던지며 잠자리에 들었던 참가자들을 깨우고 바닷가로 데려가 얼차려를 시킨다. 아비규환의 현장은 계속된다. 참가자들은 훈련 도중 고무보트에 깔리고 저체온증에 시달리며 몸을 부들부들 떤다. 이로 인한 경련과 구토도 부지기수다.

곽윤기를 향한 교관들의 언행도 구설이다. "당신 때문에 동료가 피해를 입었다"며 강압적으로 중도 포기를 종용해서다. 오현민은 훈련 중 부상으로 실명 위험까지 겪었다. 결국 두 번째 시즌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모든 참가자가 자진 퇴소했다. '정신력을 통한 한계 극복'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넘어 필요 이상으로 출연진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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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사나이'는 출연진이 추위에 떨고 구토하는 모습을 그대로 영상에 내보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제작진은 "특별 과정을 진행하면서 교관들의 강한 퇴교 압박 등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며 "해당 훈련은 안전 통제 하에 진행됐으나 거친 행동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해명했으나 비난 여론은 여전하다. 여기에 강압적인 군대 문화를 미화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일각의 지적도 들려온다.

한 유튜브 콘텐츠 PD는 "'가짜사나이'의 한계성은 명확하다. 결국 남자들만을 위한 콘텐츠"라며 "두 번째 시즌은 고통을 감내하고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데서 오는 감동은 없었다. 출연진이 고통을 느끼고 이를 호소하는 데 초점을 둔 편집이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웹 콘텐츠를 향한 편견을 가지게 만들 수도 있다고 느꼈다"고 꼬집었다.

'가짜사나이'라는 콘텐츠의 힘이 커진 데 비해 제작진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도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첫 시즌은 주 시청자가 유튜브 유저였다. 하지만 인기가 많아지고 카카오TV 왓챠 등에서도 공개되며 보편적인 시청자가 유입됐다. 여기에 첫 시즌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 더해져 불편해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면 그 책임성도 뒤따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강인한 면모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교관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웹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취약한 부분들도 확연하다. 뉴미디어와 방송사의 힘겨루기 속 등장한 킬러 콘텐츠지만 그 뒷맛은 무척이나 씁쓸하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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